영어권에서는 나이·연봉·결혼을 왜 안 묻을까
영어에는 존댓말 어미가 없어서 나이를 알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어에서 나이 질문은 문법이 요구하는 정보인데, 그 문법이 없으면 질문도 사라집니다. 대신 영어권에서는 관심사와 선택을 묻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 실수로 무례해지는 지점은 개인적인 질문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문법이 없어지면 질문도 없어집니다
처음 만난 외국인에게 "How old are you?"라고 물었다가 분위기가 묘해진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이 예민했던 게 아닙니다. 영어에서 그 질문은 정말로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문화보다 문법이 먼저입니다.
한국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를 동사에 넣습니다. 상대의 나이와 위치를 모르면 문장을 끝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이 질문이 대화 앞쪽에 옵니다. 캐묻는 게 아니라 어미를 고르기 위한 정보이고, 뒤에 오는 모든 문장이 그 답에 달려 있으니 먼저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에는 그 장치가 없습니다. 스무 살에게 하는 말과 예순 살에게 하는 말의 구조가 같습니다. 나이를 몰라도 대화가 끝까지 굴러갑니다. 필요 없는 정보를 묻는 것은 어디서나 사적인 질문이 되고, 그래서 영어권에서 나이 질문은 사적인 질문으로 분류됩니다.
첫 다섯 질문, 나란히 놓고 보기
어느 쪽이 더 예의 바르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이 다른 곳에 그어져 있고, 양쪽 모두 상대의 첫 질문 세트를 서로 반대 이유로 조금 놀랍게 느낍니다.
| 질문 | 한국에서 | 영어권에서 |
|---|---|---|
| 나이 | 자연스럽고, 이르고, 종종 가장 먼저. 문법적으로 필요합니다. | 사적인 질문. 물어도 에둘러서, 대개는 묻지 않습니다. |
| 직업 | 자연스럽고 이릅니다. 위치를 파악하고 대화거리를 줍니다. | 자연스럽습니다.“What do you do?”는 표준 표현입니다. |
| 결혼 여부 | 흔합니다. 서른 넘으면 특히요. | 처음 만난 사이에서는 사적입니다. 직장에서는 강하게 피합니다. |
| 연봉 | 어느 정도 친해지면 묻기도 합니다. | 거의 금기에 가깝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물으면 심각한 결례로 읽힙니다. |
| 밥 먹었냐 | 인사입니다. 음식에 대한 질문이 아닙니다. | 글자 그대로의 질문이고, 보통 뭔가 사 주려는 신호입니다. |
| 종교·정치 | 처음 만난 사이에서는 피합니다. | 처음 만난 사이에서는 피합니다. |
그럼 대신 무엇을 묻나
영어권의 첫 질문들은 '속성'이 아니라 '선택'과 '관심'을 향합니다. 나이나 직급은 주어진 것이지만, 무엇을 좋아하고 왜 그걸 하기로 했는지는 그 사람이 고른 것이고, 영어권 대화는 고른 쪽을 훨씬 흥미로워합니다.
| 이렇게 물으세요 | 뜻 | 왜 잘 통하나 |
|---|---|---|
| What do you do? | 무슨 일 하세요? | 직업은 사적이지 않습니다. 나이와 달리 대화거리를 줍니다. |
| How did you get into that? | 그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를 묻습니다. 대답이 이야기가 됩니다. |
| What are you into these days? | 요즘 뭐에 빠져 계세요? | 취미를 묻는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입니다. |
| What made you start learning Korean? | 한국어는 왜 배우기 시작하셨어요? | 계기를 묻습니다. 거의 항상 진짜 이야기가 나옵니다. |
| Have you been anywhere interesting lately? | 최근에 어디 좋은 데 가 보셨어요? | 여행은 어디서나 안전하고, 사진이 있으면 대화가 길어집니다. |
| What's the hardest part for you? | 제일 어려운 게 뭐예요? | 공감에서 출발합니다. 상대를 가장 많이 말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
한국인이 실수로 무례해지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에만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더 크게 걸리는 것들을 놓칩니다.
사과를 너무 많이 합니다. "Sorry, my English is bad"를 다섯 번 말하면, 겸손이 아니라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됩니다. 상대는 매번 "아니에요 잘하세요"라고 대응해야 하고, 그 반복이 대화를 먹습니다. 처음에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칭찬을 거절합니다. "Your English is really good"에 "No no, not at all"로 받는 건 한국어에서는 자연스럽지만 영어에서는 상대의 말을 부정하는 모양이 됩니다. "Thank you"라고 받으세요. 그게 오만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침묵을 너무 빨리 채웁니다. 영어권 대화는 한국어보다 턴 사이의 공백을 조금 더 견딥니다. 상대가 생각하는 중인데 서둘러 다른 질문을 얹으면, 방금 시작하려던 대답이 사라집니다.
호칭을 고민하다 아무것도 못 부릅니다. 영어에는 선생님·대리님에 해당하는 안전한 호칭이 없어서, 많은 분들이 상대 이름을 아예 안 부르게 됩니다. 영어권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게 기본값이고 친근함의 표시입니다. Mr./Ms.는 오히려 거리를 만듭니다. 처음부터 이름을 부르세요.
상대가 불편한 걸 물었을 때
영어권 사람도 나이나 결혼 여부를 물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요. 그리고 반대로, 내가 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양방향으로 통하는 방법은 같습니다. 부분만 답하고 질문을 돌려주기.
“So, are you married?” — 결혼하셨어요?
- 가볍게 넘기고 싶을 때
- Not yet! How about you?아직요! 그쪽은요? — 짧게 답하고 바로 넘깁니다. 영어권에서 가장 흔한 처리 방식입니다.
- 문화 차이를 이야기해도 좋을 때
- In Korea people ask that a lot — is it different where you are?한국에서는 많이 물어요. 거기는 좀 다른가요? — 질문을 화제로 바꿉니다. 대개 통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이 됩니다.
- 다른 이야기로 옮기고 싶을 때
- Nothing exciting to report. What about that trip you mentioned?별 소식 없어요. 아까 말씀하신 여행은요? — 답을 한 셈 치고 아까 나온 화제로 돌아갑니다.
- 화제를 닫고 싶을 때
- Ha, I'll keep that one to myself.하하, 그건 비밀로 할게요. — 적대적이지 않으면서 분명합니다. 이 뒤로 더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대 방향도 알려 주세요
상대는 정확히 거울상의 문제를 겪고 있고, 도움은 더 적게 받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나이를 왜 묻는지, 왜 갑자기 밥 먹었냐고 하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을 겁니다.
Why does everyone in dramas ask how old people are?
드라마에서는 왜 다들 나이를 물어봐요?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거의 반드시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Because Korean verbs change depending on age. You literally can't finish a sentence without knowing.
한국어는 나이에 따라 동사가 바뀌거든요. 모르면 문장을 끝낼 수가 없어요.
교재가 잘 설명하지 않는 부분이고, 한 문장으로 전달됩니다. 이런 게 원어민만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건 파트너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연습 시간을 덜 받는 쪽에게, 원어민만 줄 수 있는 것을 주는 일이니까요.